요즘은 날이 좋아져서인지 점점 공원에 단체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역 바로 앞의 공원이어서 모임이나 약속의 장소로 많이 쓰이는것 같았다. 세번째 산책은 두번째 같이 산책했던 아이와 또 만났다. 나를 알아볼까?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 보다 개의 기분이 좋았다. 개를 인계해 주는분의 말에 따르면 산책을 너무 좋아하는데 산책이 늦어져서 더 팔짝팔짝 뛰는거라고 하였다. 그랬구나~ 이번에는 무언가 길에 떨어진것을 주워먹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의가 추가됐다.
공원에 단체로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청소봉사를 나온것 같았다. 앳된모습이 싱그럽다.
중형견이지만 하늘색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많이 다가왔다.
아이들이 다가올 때마다 가까이 오면 강아지가 물 수도 있다고 얘기해줬다. 두번이지만 지켜봐온 바에 따르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 혹시 불편해하거나 자신을 방어하기위해 물까봐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물어요? 하면서 뒷걸음질쳤지만 그래도 귀엽다면서 떨어져서 지켜봐주었다.
'이 아이는 유기견이라서 겁이 많아서 그랬어'라고 속으로만 얘기했다.
전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엄청 많았다.
전에 키우던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산책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다른 강아지들이 있어도 그렇게 짖지 않았던것 같다. 이번에도 가정견들은 다들 짖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하지만 나와 산책중인 아이는 엄청나게 짖었다.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공원에서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할까봐. 혹은 상대방쪽 개도 짖으면서 달려들까봐.
요즘은 방송으로 개를 다루는법에 대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강아지가 짖을때 그 앞을 가리는 방법이 개를 진정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얼른 앉아서 앞을 가리면서 괜찮다고 했지만 후후
역시 소형견과 중형견을 체급이 다르다. 힘이 어찌나 쎈지 내 무릎을 밟고 일어서서 등뒤로 뛰어 나가는 줄 알았다. 뒤로 보이지는 않지만 주인과 산책나온 강아지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 할 뿐이었다.
센터로 돌아가는 길에도 할아버지와 산책나온 소형견이 있었는데 보통 자신의 개와 산책나온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가까이 가듯이 할아버지도 아무런 사심없이 나에게 다가오셨고 나는 또 한번 아이를 부여잡고 그 할아버지를 등지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동안 산책하려고 운동을 열심히 해둔 덕분에 이번에는 처음 산책했을 때 보다 덜 힘들었다.
너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다. 역시 겨우 두번의 만남으로 나를 믿게 하기는 어렵겠지.
센터에서 무엇인가 주워먹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는데 갑자기 풀숲에서 무엇가를 입에 물고 나왔다. 후아......
줄을 짧게 잡고 목을 잡고 뱉으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침을 흘릴지언정 절대로 놓지 않았다. 얼마나 식겁했는지.
산책을 마무리 할 시간이 안되었지만 얼른 센터로 방향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목으로 못넘기게 하는 나와 입에있는것을 먹으려는 아이와 한바탕 난리였다. 기르던 개도 먹던것을 빼앗으면 으르렁 거렸는데 이 아이도 처음에는 아무런 행동을 안하다가 갑자기 으르렁 거렸다.
하... 전에 기르던 가정견이었으면 어떻게라도 뺏을텐데 이 아이는 우왕좌왕하면서 우선 센터로 얼른 데려가야겠다는 생각 뿐 이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에 80%는 못먹게하면서 달려갔기때문에 바닥에 떨어뜨려 버려졌지만 20%는 먹게 된것 같았다.
속으로 주머니에 간식이라도 있으면 입에 있는것을 뱉고 간식을 먹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엄청 후회했다. 다음에는 간식이라도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센터에 돌아와서는 바로 인계하는 분에게 길에서 뼈 같은 것을 먹은 일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후에도 괜찮은지 잘 지켜보는 것이 좋으니까.
내 불찰이다.
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회사앞을 아저씨들이 모여서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물이 무서운것인지 사람이 무서운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갑자기 산책하던 개가 길을 걷는것을 거부하면서 인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처음 만났던 아이도 그리고 두번째 만난 아이들의 공통점은 남자를 무서워 한다는 점이었는데 과연 남자들이 잔뜩 모여있는 모습이 무서웠던것일까. 물이 무서웠던 것일까.
아직도 알 수는 없지만 남자를 무서워 하는 것은 공통점이었다. 전에 이 아이들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 아이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 남자였다는 부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멍멍아 모든 남자들이 나쁘지 않단다. 오해는 말아주렴. 그 사람들이 나빴을 뿐이야....
그래도 센터에서 청소 봉사하는 분 중 남자분도 있었는데 그분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결국 좁고 위험한 차도 옆의 길로 함께 걸어가 센터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 구간을 같이 통과하면서 같이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기쁨이 있었다.
역시 다음번을 위해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네. 좀 더 친해지면 지금 보다 더 수월하게 같이 산책 할 수 있을것 같다.
처음 방문했을 때 유기견 입양에 관해 문의했었는데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일반 강아지와 같지 않고 상처받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는것이 필요하다고.
산책해보니 그 말이 정말 꼭 맞는 말같았다.
입양하기 위해서는 여러번의 산책와 여러가지 부분을 통과해야 입양이 가능했었는데 처음에는 훔... 꽤 까다롭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비록 세번이지만 산책해보니 왜 그렇게 까다로운 부분들을 체크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다음번 산책까지 얼른 운동 좀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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